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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탕

사탕 한봉지가 주는 즐거움.
누군가가 보내는 이 이름도 없이 보내온 사탕 한봉지.
막대사탕을 하나 꺼내 입안에 넣으면서 누굴까 생각했다.

이상하게 크리스마스 시즌이 되면 나도 모르게 달달한 것들을 찾게 되는 나를 그 누군가가 잘 알고 있다는 것일까?

하루만에 친구가 보냈다는 것을 알았지만
암튼 즐거운 생각에 잠시 빠져 행복했다.
아마도 사탕을 입에 물고 있는 12월 연말은 내내 그러지 싶다.(17.12.23)

모닝커피

모닝커피.
이렇게 쓰고 나니 꼭 80년대 달걀노른자 동동 띄운 모닝커피가 생각난다.
학교 휴게소에서 아침에는 그렇게 커피를 마실 수 있었다.
아, 얼마만의 불러들이는 추억쪼가리인가.
하지만,
오늘은 달걀노른자 같은거 없다.
빵 한조각에 사과잼 한스푼.
그 정도로 충분히 나는 해피하다고 느낀다.

나는 행복하다가 아니라 행복하다고 느낀다 라는 말의 어감을 되씹는다.
커피 한잔을 놓고서.^^(12.8)

소미재 창가

내가 가장 많이 앉아 있는 곳.
소미재.
통창 앞이다.

매일아침이면 이곳에 앉아 뜨거운 커피를 한잔 들고 앉아 바라보게 되는 마당안 작은 움직임들. 나뭇잎 하나 떨어지는 것, 고양이들이 새를 바라보며 긴장하는 것, 참새들 지붕위에서 미끄러지듯 노는 것..
가느다란 전선줄이 흔들리는 것도 다 마주하게 되는 곳이
바로 이 창가다.

매일매일 어느 하나 같은 것 없이 펼쳐지는 놀이에 싫증날 틈이 없다.
이 창가 앞에선.
오늘도 즐거운 아침(17.12.22)

지금 대청마루는.

여름날 대청마루에 들문을 달고 겨울이 되면서 문을 내렸다.
갑자기 없던 공간이 생기면서 뭔가 담아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마치 비밀의 공간이 생긴 것처럼 말이다.

그렇지.
12월이니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조금 내볼까?
그런 맘이 들어 갖고 있던 소품들을 꺼냈다.
물론 몇개를 빼고는 가격표가 붙여져 있는 것들이다.
마루에 깔아놓고 보니
작은 가게가 된듯하다.
이 또한 새롭고 즐거운 느낌이 드니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좋구나싶다.

12월의 작은가게.(12.6)

유자쌍화차

유자쌍화차를 끓이고 끓이고..
덕분에 아소재에 들어오는 손님들마다 한약 냄새가 나는데요..한다.
나는 그 말이 듣기 좋다.
처음 아소재에 내려왔을 때 잠시 그런 꿈을 꾸었더랬다.
대청마루에 주렁주렁 매달린 하얀 한약재 봉다리를,
하지만 내가 뭐 한의사도 아니고..
이럼씨롱 그 생각은 저만치 밀어두었다는.

하지만,
차만드는 일이야 쉽게 한약재를 만질 수 있고 누구나 가까이 할 수 있으니
왜 그 생각은 하지 못했을까.
요즘들어 하는 생각이다.
다행히 아소재 9년차 생각이 거기에 다시 머물고 생각이 행동을 일으키니
나는 요즘 더할나위없이 즐겁다.

눈으로 보는 즐거움.
맛으로 느끼는 즐거움.
건강해지는 느낌이 주는 즐거움.

덕분에 겨울이 참 좋다.(17.12.21)

햇살 좋은 날

다시 추워진다고 하지만 나란 사람은 날씨에 참 민감한것 같다.
포근한 오후,햇살까지 따뜻하던 날 나는 사과 몇알이랑 사과잼병을 들고 마당으로 나갔다.이런날은 왠지 렌즈를 통해 보고 싶은 것들이 있다.
빛을 한번 순하게 여과시키는 순간 우리의 기억 저장고 속으로 들어가는 것은 비단 보여지는 것만이 아니다.
하늘빛, 공기, 바람 , 멀리서 들려오는 동네 할매들 웃음소리....
렌즈가 눈을 감았다 뜨는 순간 일어나는 일이다.(12.4)

시간이 걸리는 일

진피 차 만들기.

유기농 귤을 한박스 들였다.
껍질을 사등분해 잘 까서는 가늘게 썰고 덖었다.
네번쯤 유념하고 아홉번을 덖었다.
팬보다 귤 껍질 양이 많아 세번에 나눠 덖고 유념하다보니 하루종일 쪼그리고 있게 되었다.
유념이란 차의 성분이 잘 우려나오도록 찻잎이나 차재료에 상처(?)를 내는 것이라 보면 된다.
면보에 싸서 치대는 유념작업은 하기 전에는 그랬다.
이거 다 부서지는거 아닐까?
그런데 아니다.
고스란히 형태를 유지한다. 신기하게도.

그렇게 해서 진피차가 만들어졌다.
물론 여기에 다른 약재를 준비해야 하지만 가장 시간이 오래 걸리고
정성이 들어가는 작업을 마친 마친 셈이다.
귤 10 kg이 작은 봉지 하나로 줄었지만
그 뿌듯함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이렇게 손이 많이 가는일. 왜 하냐고 묻는다면 그닥 멋진 답을 내놓지는 못한다. 그냥,이 작업과정이 생각보다 집중을 요해서 좋다고 할 정도.

암튼 결론은 시간이 오래 걸려서 나온 것들은
이야기도 많이 품고 있다는 사실은 대략 눈치채고 있는 일이다.
그 이야기 때문에 시간을 들이고 공을 들이는지도 모르겠다.(12.20)

풍경소리

겨울은 추운게 좋다.
특히 어제처럼 영하의 날씨가 되면 심리적으로 아궁이에 나무를 많이 넣게 된다. 결론은 방이 지글지글거린다는 사실.
간밤에도 이불아래가 발을 들이밀 수 없을 정도였다.
음. 이정도는 되어야지.
그래서인지 자고일어난 아침 온 몸이 개운하다.
우리 정서는 어쩔 수 없나보다.
몸속 깊이 배어있는 군불 DNA.
엉덩이가 뜨끈뜨끈하니 솔직히 일어나고 싶지가 않아 밥상 하나 이불위에 펼쳐놓고 있다.
창밖으로 풍경소리가 가볍게 들린다.
바람은 잦았나보다.

문득
산사의 아침같은 느낌.(12.2)